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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꿈을엮는그 곳에 서서

문민정(5학년 1반 권나영)

14시간을 날아 아틀랜타로 건넜다. 긴 비행에 딸아이들 몸이 배배 꼬이고, 짐짓 점잖은 척 하지만 그 심정은 다 큰 어른들도 마찬가지. 한계에 다다른 둘째의 ‘집에 가자’는 투정이 정점을 찍을 무렵, 낯선 도시의 모습이 시야에 찬다.

착륙 10분 전…. 휴스턴 하늘이 참 맑다.

#꿈에 몰두하기 그리고 빠져들기

기세 등등한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7월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영이가 내민 종이에는 나의 꿈 국제재단(이사장 손창현)과 동경한국학교의 주최로 일본 거주 10년 이상 된 청소년의 꿈을 이야기 하는 첫 대회를 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5만엔, 대학 진학 시 4년간 장학금 응모자격(1, 2등 한정), 거기에 ‘꿈’이라는 매력적인 주제. 떨어진다 손 치더라도 나영이에게는 꿈을 짚어보게 할 절호의 찬스였다.

주말마다 하는 가족회의의 주제가 그간 ‘아빠가 담배를 끊을 수 있는 방법’, ‘지유가 아침에 짜증내지 않고 일어나게 하려면’ 등 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우리 가족은 ‘나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일등 하면 어떤 기분일까’, ‘상금은 어디에 쓸까’ 핵심을 벗어난 나영이의 고민에 다섯 살 지유도 뭔가 감을 잡았는지 언니를 쫓아 다니며 ‘프리큐어 라브리팟토’를 사달라며 졸라댔다.

김칫국을 들이키다 들이키다 물릴 즈음, 드디어 화두(話頭)는 꿈으로 넘어갔다. “크면 핑크색이 되고 싶어”라던 세 살 적 예쁜 꿈에서부터, 프리큐어, 간호사, 가수, 선생님, 배우, 아나운서까지. 평소 같으면 떠오르는 대로 가볍게 얘기했을 꿈을 나영이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나운서가 되어 뉴스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뉴스의 수화통역으로 소외된 이들에게도 힘을 보태며, 퇴근 후 배우로서 신나게 살아가고 싶다는 나영의 꿈에 우리 가족은 박수를 보냈다. 수화를 얘기하는 부분을 위해 수화통역사를 찾아가 인터뷰도 하고 직접 배우기도 했다.

이 말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야. 안 되는데… 여기는 꼭 넣어야 하는데. 3학년 때부터 생각했던 거거든….”

제한 시간 4분을 한참 넘겨버린 원고를 줄이고 또 줄이면서 나영이는 정말 제 꿈이 잘려나가기라도 하는 양 속상해했다. 저도 처음 알았을 게다. 꿈을 꾼다는 게 이토록 가슴 뛰는 일이라는 걸…. 나영이는 꿈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 ‘어떤 일을 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겠는가’

#My Dream Gala… 다시 시작되는 꿈

1! 동경한국학교 5학년 권나영!”

질기게도 들러붙던 9월의 잔서마저 기분 좋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며칠 뒤 나의 꿈 국제재단(이사장 손창현) 측으로부터 나영이가 기부 장학생으로 선발됐다는 사실과 112일 열리는 My Dream Gala에 초청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My Dream Gala는 휴스턴에 본거지를 둔 재단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개최하는 행사로 나의 꿈 말하기 대회 수상자들 중 선발된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발표회를 여는 행사다. 재단의 장학금은 일반장학금, 기부장학금, 비전장학금의 세가지가 있는데 이 중 기부장학금을 받는 나영이에게 항공료와 호텔비 지원이 따랐다.

드디어 기다리던 112. 개회식, 장학금 수여식, 가곡음악회 총 3부로 진행된 행사는 손창현 재단 이사장의 인사로 그 서막을 열었다. 현장에는 박석범 휴스턴 총영사, 재단 이사진, 장학금 수상자 및 학부모 등 90여명이 참석해 행사의 가치를 빛내주었다.

중국대회에서 청중은 물론 심사위원단까지 울음바다로 만들었다는 리영 양의 스피치를 기대했는데 비자발급이 허가되지 않아 불참하는 바람에 좀 아쉬웠다. 나영이 이외에도 이대니, 최현성, 오인희, 김크리스틴의 활기찬 발표가 잇따랐다.

각자의 현 위치에서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근사했다. 모두 훌륭한 스피치를 했는데 그 중 암 치료제를 개발해 그 수익금으로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를 되찾고 싶다는 이대니 군의 구체적이고도 당찬 포부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3부는 감미로운 가곡의 향연으로 My Dream Gala의 대미를 장식했다. 남촌을 함께 합창할 때는 한국에서 응원하고 있을 가족들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나라마다 문화와 교육이 다르고 그에 따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환경이나 성향도 크게 다르다. 그래서였을까.

꿈이 뭐냐’는 질문에 우리는 당연히 ‘무엇이 되고 싶다’고 답한다. 수많은 세상의 직업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헌데 대부분 미국 교육을 받았을 발표자들은 자신이 꿈을 만들어 낸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들의 꿈은 ‘무엇이 되고 싶다’가 아닌 ‘무엇을 하고 싶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외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많은 생각과 숙제를 갖게 만든 뜻 깊은 시간이었다.

내년에는 나의 꿈 말하기 대회가 일본을 비롯 프랑스, 영국, 브라질, 캐나다 등으로 확대 시행된다고 한다. 더 많은 친구들이 꿈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획하며, 환호했으면 한다.

꿈이라는 보석이 인생을 반짝이게 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들여다 볼 시간을 챙기지 못한다. 대회를 준비하며 또 My Dream Gala에 참여하며 우리 가족은 꿈과 대면했다. 나영이의 작은 가슴속에 무엇을 새겼는지 묻지는 않았으나 아이는 많이 성장한 듯하다.

이 자리를 빌어 애써주신 선생님과 친구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나영이의 뜨거운 열정에도 박수를 보낸다. 나영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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